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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건의지평선

 화창한 날, 아직까지 추운 날씨, 손으로 만져지는 따뜻하고 고소한 향을 내는 커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나뭇가지를 주워가는 까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내 귀에 꽂혀있는 이어폰을 통해 내 귀에 들어오는 노래, 점점 몰려오는 감정, 문득 드는 생각.

 

 여러 생각 속에 메인이 돼버리는 너라는 생각, 오늘도 나는 너 생각을 해, 이런 생각들 많은 건 말이야, 나에게는 당연한 일인 거 같아. 지금 만큼 나의 생각은 너 또는 우리의 추억이 우선순위로 가득한 지금 너무나 행복했던 기억이고 보고 싶다. 그때는 정말 우리가 앞으로도 행복할 거 같았고 좋은 사람이 될 줄 알았던 순간, 아직도 난 그 감정을 마음 한 편에 가둬 두고 있어, 기억나? 우리 처음 손 잡은 날, 난 아직도 그때를 못 잊어 너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았고 뭐 하나 부러울 거 없었던 나, 그리고 수줍어하는 너, 빨개진 볼, 날씨마저 좋았어. 나는 너와 손을 잡는다는 거에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만큼 너도 나를 좋아할 거라는 설렘도 있지만 분명 너도 나를 좋아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 우리 그때 손잡고 서로 눈 마주쳤을 때 이유 없이 그냥 웃음이 나오고 엄청 많이 웃었지, 그게 너무 서로가 좋아서인지 아니면 이런 상황이 너무나 웃겨서인지 지금의 우리는 모르겠지만 그때의 우리만이 알고 있겠지? 난 그때 너무나 좋아서인지 아니면 너무 웃어서인지 눈물이 나올 정도였어, 근데 난 좋고 행복해서 눈물이 난 거 같았어.

 

 이러한 감정 속에서도 그때의 난 두려움도 있었어 정말 이쁜 네가, 정말 진심으로 나를 좋아할까? 한 순간에 감정으로 나에게 온 건 아닐까? 만약에 정말 진심이면 좋겠지만 한 순간에 감정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말이야 네가 나에게는 소중한데 소중한 만큼 두려웠어 그래도 너의 목소리를 들으면 너무나 좋았고 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세상이 너무나 밝아 보였어 그럼에 나는 너에게 용기를 계속 냈었지,

 

 그러다가 많이 사랑하는 만큼 싸우기도 하고 많이 사과도 했지, 그때의 나는 너무나 어렸기에 너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어, 지금이야 너의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때의 네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느낌으로 그랬는지 알 순 없지만 너 가했던 행동들이 말들이 지금의 나는 일정 부분 이해하게 되었어, 나는 내가 맞다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것들이 깨지면서 좀 더 많이 좋아졌어, 너를 이해할 순 없는 상태로 생각을 하는 것보다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상태이기에 지금의 나는 너를 더 정리할 수 있는 거 같아, 여전히 너를 잊고 다른 누군가를 만나다는 건 자신 없지만 서서히 생각은 나더라도 마음은 정리할 거야 서로 다시 만났을 때 전 애인이 아닌 친구처럼 웃으며 안녕이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게 잘 지낼 수 있게,

 

 너와 나의 추억은 사라지지 않지만 우리의 마음속 한 구석자리에서 점점 잊힐 거야 그럼에도 가끔 꺼내볼 수 있게 한 구석의 별처럼 반짝이고 있겠지? 그 별이 반짝이는 시간 동안만큼은 아낌없이 후회도 하고 그리워도 할 거야 계속 반짝일 수는 없을 테니까 점점 희미해져 가도 지워지진 않을 거야 빛이 바래지 않을 뿐 계속 남아 있을 테니까,

 

 우리의 이야기가 끝이 나더라도 새로운 에필로그 같은 이야기가 계속 생길 거라고 생각해, 물론 후속작처럼 재회를 할 수도 있지만 그거마저 후속작보단 새로운 이야기에 주인공만 같은 이야기로 시작할 거야, 우리가 아는 익숙함, 똑같은 반복 속에 진심을 속이지만 않게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면 좋겠어

 

 어쩌다 한번 그러다가 두 번 계속 세 번 네 번 생각하다 보면 나는 너를 많이 생각하고 그리워할 거야 그러면서 지금의 나도 그러고 있고 그러다가 또 너에게 많이 고마웠고 미안했어 지금의 나는 네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

 

 

  이젠 그 모든 추억은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남겨둘 거야,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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